[Today’s Keyword]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2025년 11월 14일 발표된 한미 관세 및 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는 한국의 막대한 대미 투자를 대가로 자동차 등 핵심 품목의 관세 인하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과 같은 안보 협력을 얻어내는 포괄적 합의입니다. 정부는 이를 경제·안보 불확실성을 해소한 “실용 외교의 성과”로 평가했으나, 야권에서는 실익이 부족한 “알맹이 없는 합의”라며 국회 비준 회피 의혹을 제기하는 등 국내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산업계는 안도하는 반면 금융 시장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불안정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기대를 모았던 “조인트 팩트시트”가 오늘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발표가 지연된 것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과 같은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한 양국 간 최종 조율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합의의 핵심 골자는 “투자 유치를 통한 관세 인하”라는 교환 구조로, 한국 경제와 안보 동맹의 미래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 주요 합의 내용: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빅딜’

이번 팩트시트는 경제·통상과 안보·기술 협력이라는 두 가지 큰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경제·통상 분야**
* **관세 조정:** 가장 큰 현안이었던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의약품에 대한 관세가 15%로 조정되었습니다. 이는 최대 25%까지 거론되던 관세 위협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출 환경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 **전략적 투자:**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의 미국 조선업 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익 전액을 한국으로 귀환시키는 조항이 포함되어, 투자의 국익 환수 장치를 마련한 점이 특징입니다.
* **외환시장 안정:** 최근 불안정했던 원-달러 환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외환시장 안정” 협력 항목이 명시되어 양국 간 금융 공조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 **민감 품목 제외:** 대통령실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쌀·쇠고기 등 농축산물에 대한 추가 시장 개방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안보·기술 협력 분야**
*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이번 합의의 가장 파격적인 내용으로,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승인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독자적 국방력 강화와 전작권 전환 가속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팩트시트 상에서 핵잠수함이 미국에서 건조되는지, 한국의 자체 기술로 건조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이 부분은 향후 구체화 과정에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 **첨단 기술 및 국방 협력:** 인공지능(AI) 분야 기술 협력과 미 해군 함정의 한국 건조가 합의 내용에 포함되어, 방산 및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한미 동맹이 한층 더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 엇갈린 평가: “실용 외교의 성과” vs “알맹이 없는 합의”

중대한 합의 내용만큼이나 이를 둘러싼 평가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익을 극대화한 실용 외교의 역대급 성공”이라며 이번 협상 결과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3,500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에 비해 얻은 실익이 미미하다며 “선언적 문구만 가득한 백지시트”라고 혹평했습니다. 특히 야당은 정부가 협상 내용의 구체적인 공개를 꺼리며 국회 비준 절차를 회피하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산업계는 불확실성 해소에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준 정부에 감사하다”는 공식 입장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금융 시장의 반응은 복잡했습니다. 팩트시트 발표 당일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으나, 코스피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습니다. 이는 합의 내용 자체보다는 국내외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는 한국 경제의 통상 리스크를 줄이고 안보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합의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실질적 이익 확보 여부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주체 등 여전히 명확히 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합의의 진정한 가치는 앞으로의 구체적인 이행 과정과 후속 조치를 통해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