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Keyword] 이번에도 한은은?

2025년 11월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시장은 “현 2.50% 수준에서의 동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경기 부양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섣불리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인 딜레마가 그 배경에 있습니다. 높은 환율과 가계부채, 그리고 불안한 부동산 시장이라는 세 가지 난제가 한국은행의 정책적 선택지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당분간은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둔 신중한 통화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금리 인하도, 인상도 어려운 ‘3중 족쇄’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은 금리 인하와 인상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교착 상태의 핵심에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첫째, “부담스러운 원-달러 환율”입니다. 현재 원화 가치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기였던 2022년 초에 버금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단독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이미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을 가속화하고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유발하여 잠잠해지는 듯했던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부담입니다.

둘째, “임계점에 다다른 가계부채 규모”입니다. 금리 인하는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가계의 숨통을 틔워주고 소비를 진작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입니다. 낮아진 대출 문턱은 다시 가계의 차입을 부추겨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수도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통화 당국이 섣불리 완화적인 신호를 보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셋째,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입니다. 금리 인하는 시중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다시금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현시점에서, 금리 인하는 자칫 부동산 가격의 재급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행으로서는 경기 부양보다는 금융 안정이라는 대의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연준의 불확실성: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한국은행

국내 요인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미국의 통화정책 역시 중요한 변수입니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나, 최근 그 기대감이 상당 부분 후퇴한 모습입니다. 이처럼 연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은행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합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통화정책과 과도하게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고금리 시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는 경제 주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은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연체율 증가에 따른 대손 비용 확대로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은행권 역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가산금리 조정을 검토하는 등 보수적인 자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큽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의 높은 이자 부담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예적금 금리나 채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처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금융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위기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다가오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보다는 환율,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며 숨을 고르는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