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Keyword] AI 거품론은 기우였나

2022년 말 시작된 생성형 AI 열풍은 시장에 폭발적인 기대감과 함께 ‘닷컴 버블’의 재현이 아니냐는 깊은 우려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2025년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 AI는 막대한 투자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실질적인 수익 모델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며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초기 AI 거품론의 핵심 근거였던 수익 모델의 부재는 주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의 성장으로 논파되고 있으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거품 여부’를 넘어 ‘누가 AI를 통해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동했습니다. AI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산업의 근간을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닷컴 버블의 기억과 AI 거품론의 등장

2022년 말, OpenAI의 Chat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열풍은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이후 약 3년간 AI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사회와 산업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AI의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이는 자연스럽게 “AI 거품론”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붕괴를 경험한 이들에게 현재의 상황은 기시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시 수많은 닷컴 기업들은 명확한 수익 모델 없이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기업 가치가 부풀려졌다가 한순간에 붕괴하는 아픈 기억을 남겼습니다. AI 거품론을 주장하는 측의 핵심 논거 역시 이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첫째, 대규모 언어 모델(LLM) 훈련과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 비용에 비해, 이를 상쇄할 만한 실질적인 수익 모델이 아직 시장에 완전히 안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둘째, 엔비디아(NVIDIA)로 대표되는 특정 반도체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과 주가 급등이 시장 전체의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지적이었습니다. AI 반도체 시장의 독점적 지위가 AI 생태계 전반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었습니다.

우려를 넘어 현실로: AI가 가치를 증명하는 방식

하지만 2025년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 시장의 분위기는 초기의 우려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거품 붕괴에 대한 공포는 상당 부분 해소되고, AI가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실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동인이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AI 기술이 기업들의 생산성과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이나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기반 서비스들은 이제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업무 환경에서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코딩 등의 작업을 혁신적으로 단축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강자인 AWS, Azure, Google Cloud 등은 AI 모델 개발 및 운영을 위한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견고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증명하며, 명확한 수익 모델 없이 사라져갔던 닷컴 버블 당시의 기업들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줍니다.

또한, AI 기술의 적용 범위가 생성형 AI를 넘어 다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거품론을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신약 개발, 소재 과학, 자율주행, 기후 변화 예측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AI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그 내재적 가치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증기기관이나 인터넷에 비견될 만한 범용 기술(General-Purpose Technology)로서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글로벌 AI 경쟁 속 한국의 기회

이러한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의 위치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IT 서비스 등 제조업과 기술 기반 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AI 기술을 이러한 기존 산업과 융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같은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AI 하드웨어 경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을 기반으로 금융, 쇼핑, 콘텐츠 등 다양한 버티컬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AI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고 있습니다.

결론: 거품 논쟁의 종식과 새로운 질문

이제 시장의 관심은 “거품이냐 아니냐”는 이분법적 논쟁을 넘어, “누가 AI 기술을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고 시장의 변동성도 여전히 존재하기에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합니다. 기술의 편중 현상, AI 윤리 문제, 각국의 규제 리스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치 평가가 미래의 수익을 과도하게 앞당겨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신중론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I가 닷컴 버블처럼 허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산업과 경제의 근간을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AI 기술이 만들어내는 혁신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수익과 긍정적인 사회적 가치로 연결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