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8일 현재, 대한민국 조세 제도가 수십 년 만의 대대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로 ‘상속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현행 ‘유산세’ 방식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속인이 실제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와 상속 자산을 미래에 처분하여 이익이 발생했을 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가 핵심 대안으로 부상했습니다. 이 개편 논의는 단순히 세금의 증감 문제를 넘어, 부의 이전 방식, 기업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사회적 형평성이라는 중요한 가치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상속세 개편 논의의 핵심 배경과 각 제도의 차이점, 그리고 팽팽한 찬반 논리와 향후 전망을 경제 전문가의 시각에서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왜 지금, 상속세 개편이 화두인가?
상속세 개편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타게 된 데에는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배경이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동인은 고도 성장기에 부를 축적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거대한 흐름이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산 이동이 예상되면서, 현행 상속세 제도의 높은 부담이 가계와 기업 모두에게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 것입니다.
특히 재계에서는 “과도한 상속세가 100년 기업의 탄생을 가로막는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높은 세율과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 평가로 인해, 상속 시점에 발생하는 막대한 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 오너 일가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매각하거나 비합리적인 지배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비판입니다. 이는 장기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경영을 저해하여 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고, 정부가 유산취득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제시하며 제도 변화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산세, 유산취득세, 자본이득세: 무엇이 다른가?
1. 현 행: 유산세 (Estate Tax)
피상속인(고인)이 남긴 **전체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의 유산을 5명의 자녀가 20억 원씩 나누어 받더라도, 세금은 100억 원이라는 큰 금액에 대한 높은 누진세율로 계산된 뒤, 상속인들이 나누어 부담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상속인 개인이 실제로 받은 재산에 비해 과도한 세금을 낼 수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소수 국가만이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2. 주요 대안: 유산취득세 (Inheritance Tax)
상속인 각자가 **실제로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위의 예시에서 각 상속인은 20억 원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받게 되므로, 유산세 방식에 비해 전체적인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받은 만큼 낸다”는 응능부담 원칙에 더 부합하여 조세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수의 OECD 국가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전환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3. 궁극적 대안: 자본이득세 (Capital Gains Tax)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고, 이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방안입니다. 상속 시점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대신 상속받은 자산을 미래에 처분(매각)하여 이익이 발생했을 때 그 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제도입니다. 가령 10억 원에 취득한 자산을 상속받아 훗날 15억 원에 매각했다면, 차익인 5억 원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입니다. 당장의 세 부담을 없애 원활한 기업 승계를 돕고,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미리 과세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가장 친시장적인 대안으로 평가받습니다.
뜨거운 쟁점: 찬성과 반대의 논리
* 개편 찬성 측은 현행 유산세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부의 해외 유출을 부추기는 등 경제 활력을 저해한다고 주장합니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 조세 제도를 합리화하는 길이며, 더 나아가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은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세 부담 완화가 결국 투자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 신중론 및 반대 측에서는 상속세가 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불평등을 완화하는 핵심적인 사회 안전장치임을 강조합니다. 성급한 개편, 특히 세율 인하나 자본이득세로의 전면 전환은 소수 자산가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부자 감세”로 이어져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또한, 제도 전환 시 단기적인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정부의 재정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과제
현재 국회에서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중심으로 한 상속세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제 한도와 세율 구조 등 각론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커 단기간 내 완전한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따라서 전면적인 개편보다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단계적 전환을 우선 추진하면서 자본이득세 도입은 장기 과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속세 개편은 특정 계층의 문제를 넘어, 중산층의 자산 형성, 기업의 미래,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부의 재분배 가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경제 활력과 조세 형평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