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Keyword] 통화량과 인플레이션

2025년, 현재 우리 사회의 경제 담론 중심에는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 경제학 교과서에서나 볼 법했던 이 개념은 이제 환율, 부동산, 자산 시장 등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들을 설명하는 핵심 열쇠가 되었습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는 등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의 양, 즉 통화량이 물가와 원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갑론을박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따르면,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힙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이 상품과 서비스의 양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화폐의 가치는 자연스레 하락하고,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입니다. 저명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단언했듯, 이 관계는 오랫동안 경제 정책의 기본 전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실제로 과거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막대한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달러를 증발(통화량 증가)했고, 이는 결국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 태환 중단 선언으로 이어지며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역사적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러한 고전적 이론의 관점에서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깊은 우려를 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된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과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맞물려 통화량이 과도하게 팽창했고, 이것이 원화 가치 하락과 자산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997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의 M2 통화량은 약 13.5배 증가”했으며, “2022년 1월부터 한국의 M2 통화량 증가율이 미국의 7배 이상 빨랐다”는 구체적인 수치가 공유되며, 이러한 유동성 증가가 결국 자산 버블과 환율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즉, 정부가 풀어놓은 막대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 되어 경제적 약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반론: 통화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과거 이론?

 

하지만 2025년 현재,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의 관계가 과거처럼 명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여러 언론 보도와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통화량 증가가 인플레이션으로 직결되던 전통적인 연결고리가 최근 들어 약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기대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물가’라는 중간 다리가 견고해야 하는데, 현재 물가와 환율 간의 설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한 연구원은 “통화량과 원화 가치 변화 간에 나타난 음의 상관계수 역시도 약화된 것으로 본다”고 분석하며, 현재의 원화 약세는 통화량 문제라기보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에 따른 구조적인 달러 수요 증가가 더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한국의 통화량 증가 속도가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 달 되지 않았으며, 실제 물가 상승률을 보더라도 한국이 미국보다 월등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사실에 근거합니다. 또한, 글로벌 저물가 시기에는 통화량 증가와 물가 상승의 관계가 매우 미약하게 나타난다는 해외 연구 결과(CEPR, 2024년)도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합니다. 결국 현재의 경제 현상을 단순히 ‘통화량이 늘었으니 물가가 오른다’는 단선적인 공식으로 해석하기에는 글로벌 경제 구조, 미국의 재정 및 통화 정책,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변수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의미입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2025년 12월 현재 한국 사회는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오래된 경제학적 명제를 둘러싼 새로운 논쟁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자산 버블과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유동성 위기론’과, 전통적인 통화량-물가의 연결고리가 약화되었으며 환율 문제는 보다 구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구조 변화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 보유자와 비보유자 간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 그리고 통화량 관리가 더 이상 국내 변수만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복잡한 과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그리고 그 정책이 우리 경제의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