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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day’s Keyword] 수출은 호황, 국내 경기는 한파

    2025년, 한국 경제는 역사상 유례없는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혁명을 등에 업은 반도체 산업이 이끄는 수출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만, 그 빛이 닿지 않는 내수 시장은 고금리와 고물가, 고용 한파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 거시 지표와 체감 경기 사이의 극심한 괴리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 시급함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착시: 숫자가 가리는 현실

    최근 발표된 11월 수출 지표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8%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경제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수출은 무려 40%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이는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은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가 견인한 결과입니다. 불과 1년 전, “반도체 겨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며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입니다.

    반도체 외에도 K-방산, 조선업 등 일부 분야에서 들려오는 대규모 수주 소식은 수출 전선에 힘을 보태는 긍정적 신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 호조세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성장은 AI 반도체라는 극히 일부 품목과 소수의 대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특정 산업의 업황에 따라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하며, 경제 지표상으로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대다수 국민의 삶과는 무관한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내수: 지갑을 닫는 가계와 기업

    수출 통계의 화려함과 대조적으로, 내수 시장의 현실은 혹독한 겨울과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던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청년층은 물론 40~50대 장년층까지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소득 기반이 이처럼 흔들리는 상황에서 치솟는 생활 물가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급격히 잠식하며 소비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대표적인 내수 품목인 자동차 시장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해도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소득은 줄고 미래는 불안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불황 속에서도 K-뷰티 산업처럼 인재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예외적인 분야도 존재하지만, 이는 경제 전반의 차가운 기류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일부의 사례일 뿐입니다.

     

    소비 위축, 가계 부채로 인한 부진

    국내 내수 부진의 중심에는 소비 위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면서 실질 구매력이 감소했고, 소비자들은 필수 지출을 제외한 지출을 줄이며 전체 소비 규모가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외식·유통·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매출 감소가 나타나며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자 소비 여력이 한층 축소되며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도 내수에 타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수입 원자재·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이는 기업의 비용 부담과 제품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어 소비 심리를 다시 약화시키는 구조로, 소비자들은 물가가 추가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출을 미루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실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심리-경제’ 연동 효과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PF 대출 문제 역시 내수 부진 리스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러 프로젝트가 착공·분양 지연 또는 중단되면서 금융업권의 건전성 우려가 커졌고, 이는 금융시장의 전반적 위험 회피 성향을 높였습니다. PF 부실이 확산되면 건설·자재·지역경제 등 연관 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어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우려되며, 이러한 복합 리스크들은 기업 투자 및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끊어진 연결고리: 수출 온기가 내수로 흐르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부는 어디로 가고, 왜 내수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지 못하는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크게 세 가지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고 있습니다.

    첫째, “낙수효과”의 실종입니다.

    과거에는 수출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이 수많은 협력업체로 퍼져나가고 이는 다시 고용과 소득 증대로 이어져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반도체 호황은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이 집약된 장치 산업의 특성상, 과거 제조업만큼 고용을 유발하거나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만 집중될 뿐, 중소기업과 가계로 흘러 들어가는 연결고리가 사실상 끊어진 상태입니다.

    둘째, 기업 이익의 해외 직접 재투자 경향입니다.

    과거와 달라진 또 다른 중요한 흐름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환전되어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기보다 해외 생산기지 건설 등 해외에 직접 재투자되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미중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 등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수출 호조가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고리를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분석은 일부 전문가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유력한 가설이지만, 정확한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힙니다.*

    셋째, 수출 중심 경제 구조의 본질적 한계입니다.

    대만의 “부자나라, 가난한 국민” 현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만은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지만,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어 국민의 실질 구매력은 정체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국의 상황이 이와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출 실적이라는 거시 지표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과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2025년 12월의 한국 경제는 과거의 성장 모델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이제는 그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수출로 벌어들인 부가 국내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내수 시장의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여 수출과 내수가 함께 성장하는 균형 잡힌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 앞에 놓인 시대적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