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인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한 달이 지나며 부동산 시장은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이 혼재된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력한 규제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시장은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 현금 부자 중심의 시장 양극화, 그리고 전세의 월세화 가속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규제의 배경: 과열된 시장과 가계부채
이번 “10·15 대책”은 가파른 집값 상승과 이를 뒷받침하는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정부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대책의 핵심은 서울 전역(25개 구)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지위 이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입니다. 이는 재건축 아파트를 단기 시세차익 수단으로 활용하는 투기적 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또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전세를 낀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대출과 집값의 높은 상관관계를 지속적으로 경고해 온 만큼, 대출을 이용한 투기 수요 억제가 집값 안정의 전제 조건이라는 판단이 이번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정책의 이면: 풍선효과와 시장의 양극화
하지만 강력한 규제는 시장의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틀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풍선효과”입니다. 서울 전역이 규제로 묶이자, 투자 수요가 규제가 덜한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3분기 서울 거주자의 김포 아파트 매수 건수가 200건에 달하는 등,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보다 은행의 대출 조이기가 더 무섭다”
동시에 서울 내부에서는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현금 부유층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래미안 트리니원”과 같은 핵심 단지에 청약하여 높은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반면, 일반 실수요자들은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지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인간의 본성인 상급지 이동이 차단되었다.”
상급지로 이동하려면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된 상황에서는 수십억 아파트를 사면서 동시에 기존 집을 보유할 여력이 있는 수요자는 극소수일 것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기존 집을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할텐데, 문제는 요즘 시장에서 기존 집이 쉽게 팔리지 않습니다. 몇 달을 내놔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가격을 좀 더 낮추자니 손해가 너무 큰 상황이 발생합니다. 새 집은 사고 싶지만, 계약을 먼저 해버리면 일시적 2주택 규정 때문에 정해진 기간 안에 기존 집을 반드시 팔아야 합니다. 실패하면 양도세 비과세가 날아가고, 세금이 수억까지 치솟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상급지는 원래도 매물이 적었는데 세제나 규제 변화가 불확실하니 “일단 버티기”로 돌아섰고, 최근 정책과 시장 분위기로 매수·매도 모두 줄어들면서 아예 살 수 있는 집 자체가 희소해졌습니다. 즉, 갈아타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팔 집은 안 팔리고, 살 집은 없다”는 말 그대로 교착 상태가 되었습니다.
가속화되는 전세의 월세화와 정책의 사각지대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년간 이어진 고강도 규제와 전세사기 문제, 그리고 이번 대책으로 인한 갭투자 차단은 시장의 전세 공급을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해도 전셋값이 꺾이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서울의 주택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 5년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정책의 경직성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 발생도 논란거리입니다. 대책 발표 전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강화된 소급 적용 방침으로 인해 조합원 지위를 이전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일부 예외 조항을 두었으나, 여전히 많은 거래자들이 불확실성에 놓여 있어 정책 신뢰도에 대한 비판이 거셉니다. 이 문제는 현재도 논란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향후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부족한 공급량과 공급 대책에 대한 평가
- 물량 부족: 임대 주택과 비아파트를 제외한 핵심 아파트 공급 물량(77.5만 호)이 과거 10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 민간 사업 미흡: 서울 도심 공급의 핵심인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용적률 상향 등 규제 완화 결정이 미뤄지고(공론화 단계에 머무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등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어 민간 사업장의 활성화가 부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신규 택지의 한계: LH가 직접 시공하는 방식은 LH가 기존에 땅장사를 하던 조직이기에 시공 노하우나 주택 선호도 측면에서 우려가 있으며, 공공택지 보상 속도를 높이려는 계획은 LH의 막대한 부채(160조 원)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신규 택지 공급의 상당 부분은 이미 기존에 하겠다고 했던 계획의 이행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월급쟁이부자들 분석([너나위 9.7 부동산 대책 완벽분석] 올해 하반기부터 펼쳐질 부동산 전망의 변화는? (구해줘월부 부동산라이브), 2025.09.16.) 내용 발췌
거시 경제의 딜레마와 향후 전망
여기에 거시 경제적 요인 역시 시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자산 거품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쉽게 인하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금리를 인하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릴 위험이 있고, 동결 및 인상을 유지하자니 경기 전반에 부담이 되는 상황입니다. 시중 은행들 또한 자체적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하며 문턱을 높이고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10·15 대책”은 단기적인 투기 수요 억제라는 표면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풍선효과, 시장 양극화, 전세의 월세화 가속 등 복합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특정 정책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금리 변동 추이, 실질적인 주택 공급 계획, 그리고 정부 정책의 일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