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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day’s Keyword] 스리랑카 대 파키스탄

    최근 국내에서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이 두 국가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맞물린 ‘채무 외교’의 대표적 경고 사례로 부상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경험은 단순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국제 관계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경제 및 외교적 전략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촉발하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국기

    ### 중국 ‘일대일로’와 채무 외교의 그늘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사례의 핵심에는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경제 발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과도한 채무 부담과 그로 인한 주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 사례는 채무 외교 논란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2009년 내전 종식 후 국가 재건에 나선 스리랑카는 중국의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아 함반토타 항을 건설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경제성 부진으로 채무 상환에 실패했고, 결국 2017년 항만 운영권을 99년간 중국 국영기업에 넘겨주었습니다. 2022년에는 극심한 외환위기로 국가 부도 사태를 맞기도 했습니다. 물론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관광 산업 붕괴와 정부의 정책 실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중국발 부채가 위기를 가속화한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는 점에는 이견이 적습니다.

    **파키스탄**은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의 막대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아라비아해의 과다르 항에서 중국 서부 신장 지역을 잇는 이 프로젝트는 파키스탄의 인프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대중국 채무는 파키스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파키스탄이 과다르 항을 중국에 빼앗겼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다만, 스리랑카처럼 항만 운영권 전체를 장기 임대한 것은 아니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 수준과 주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충된 시각과 논쟁이 존재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의 경험은 대한민국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1. **지정학적 균형 감각의 중요성:**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특정 강대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이 가져올 위험을 경고합니다. 다자간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국제 관계를 구축하고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2. **경제 협력의 신중함:** 대규모 외국 자본 유치는 단기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주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투자 유치나 대외 경제 협력 시,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은 물론 지속 가능성, 투명성, 그리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면밀히 검토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3. **변화하는 국제 무역 질서에 대한 대응:** 미중 무역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는 등 강대국 간의 갈등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무역 환경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시하며 유연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라는 키워드는 두 국가의 직접적인 비교를 넘어, 이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도전 과제를 통해 우리의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논의의 출발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례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균형 잡힌 시각과 신중한 정책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